개요
최근 이직 준비를 하면서 이력서를 다시 작성하게 되었다. 그런데 막상 키보드에 손을 올리니 내 경력을 어떻게 포장할지보다 더 원초적인 고민이 앞섰다. "도대체 무슨 툴로 써야 하지?". 주변 개발자 지인들과 선배들에게 조언을 구해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정말 천차만별이었다.
"요즘 스타트업은 무조건 노션(Notion)이지."
"무슨 소리야, 근본은 워드(Word)지. 인사팀은 보수적이라니까?"
"요즘은 피그마(Figma)로 깔끔하게 디자인해서 PDF로 주는 게 트렌드야."

각각의 주장이 너무나 타당해서 마음이 이랬다 저랬다 갈대마냥 흔들렸다. 하지만 동시에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노션은 너무 가벼워 보인다", "워드는 촌스럽다", "피그마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 등등. 그래서 이번 기회에 소위 잘나가는 곳에 합격한 지인들의 조언과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각 툴의 장단점과 사용해야 할 이유(혹은 말아야 할 이유)를 정리해 보았다.
그러나 이 글을 너무 맹신하진 않았으면 좋겠다. 이 글은 단순 내 경험의 정리일 뿐이며, 표본의 수가 적고, 합격의 기준은 매 시즌 바뀌기 때문이다. 글이 작성된 연도와 현재의 트렌드를 보고 판단했으면 좋겠다.
노션 (Notion) 신세대의 표준?
노션이 등장하고 스타트업을 장악하면서, 채용 시장에서도 노션 이력서가 급증했다. 필자 역시 노션의 깔끔함과 편리함을 사랑하는 유저로서 첫 번째 후보로 올렸다.
심플함이 그 장점
- 압도적인 접근성
양식 만들기가 너무 쉽다. - 풍부한 레퍼런스
당장 구글링만 해도 예쁜 템플릿이 쏟아져 나온다. - 심플함
화려한 디자인보다는 콘텐츠 자체에 집중하기 좋은 구조다.
그러나 심플함만큼 명확한 한계
- PDF 변환 시 레이아웃 붕괴
노션 화면에서는 예뻤는데, PDF로 내보내면 줄 간격이 이상해지거나 페이지가 어정쩡하게 잘리는 경우가 다반사다. - 링크 제출의 위험성
'그냥 링크로 주면 되잖아?'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인사 담당자 지인의 말에 따르면, 링크만 덜렁 보내는 것을 성의 없다고 느끼는 경우가 꽤 많다고 한다. 심지어 권한 설정 실수로 링크가 안 열리는 대참사도 종종 발생한다. - 커스터마이징의 한계
폰트 크기나 자간 등 디테일한 스타일링이 불가능하다.
결정적으로 노션을 포기하게 된 이유는 내보내기(Export) 이슈 때문이다. 아무리 시대가 변했다고 한들, PDF와 같이 암묵적으로 정해진 확장자가 있다. 그런데 그냥 링크만 던지는 것은 인사담당자의 피로도를 높이고, PDF로 내보내기도 내가 생각한 대로 예쁘게 분리되지 않는 경우도 많아서 전달할 때 문제가 생기는거 같다.
워드 (Word) : 유구한 전통의 강자
비슷한 포지션으로 한컴(hwp)이 있지만, 개발자 생태계(Mac OS)와 글로벌 표준을 생각하면 워드가 사실상 표준이다.
전통과 호환성
- 호환성 끝판왕
어느 회사, 어느 OS에서 열어도 기본은 한다. - ATS 친화적
채용 시스템이 이력서를 자동으로 파싱할 때 가장 오류가 적다. - 해외 취업
해외 쪽은 여전히 워드 중심의 심플한 레주메가 강세다.
왠지 모르게 살짝 올드해보이기도
- 올드한 감성
왠지 모르게 결과물이 투박하다. 물론 이게 합불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지만, 센스 있어 보이고 싶은 욕심을 채우긴 힘들다. - 의외로 높은 러닝 커브
대부분 워드를 쓸 줄 알지만, 잘 쓰는 건 다른 문제다. 줄 간격, 들여쓰기, 이미지 배치를 원하는 대로 제어하려면 워드 프로세서 자격증 수준의 스킬이 필요하다. 이력서 내용 채우기도 바쁜데 툴과 씨름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 ▼

사실 워드가 가장 정석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한컴을 교육시키기도 하고, 워드를 고차원적으로 사용할 일이 많지 않다. 대학에서 워드를 사용한다고 한들, 사실 글만 작성하고 그 외의 무언가를 건드리는 경우는 적다.
피그마 (Figma) : 자유도의 끝판왕
디자이너들의 전유물이었던 피그마가 최근에는 개발자 이력서 툴로도 사용되고 있다.
자유, 자유, 그리고 자유
- 완전한 자유
내가 원하는 곳에, 원하는 폰트로, 원하는 간격을 픽셀 단위로 조정할 수 있다. - 개성 표출
나만의 브랜드 컬러나 레이아웃을 통해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다.
자유에는 대가가 따른다
-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
워드와 마찬가지로 툴을 배워야 한다. 특히 이력서처럼 내용이 계속 추가되거나 수정되는 문서의 틀을 유지하려면 오토 레이아웃(Auto Layout) 개념을 필수로 익혀야 한다. 이걸 모르면 줄 하나 바뀔 때마다 모든 요소의 위치를 수동으로 옮겨야 하는 노가다 지옥이 펼쳐진다. - 과유불급
너무 화려하게 만들면 오히려 가독성을 해치거나, 회사의 성향(보수적인 금융권 등)에 따라 너무 튄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프론트엔드 개발자의 경우에는 자신이 '디자인적 감각이 있다' 라는 것을 무기로 내세우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런 개성을 드러내는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사람의 편견, 선입견은 자동적으로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자신의 업무 능력보다 나 자신이 누군지를 드러내는 것은 아무래도 그런 부분을 자극할 수 있다.
백엔드 개발자의 경우에는 이력서에 그런 디자인적인 요소를 가미하는 것을 본 적이 거의 없다. 뷰를 짜는 것도 아니고 뒷단의 것을 다루는데 이 경우 정말 나 자신에 대해 드러내는 것과 같아서 라고 생각이 된다.
나의 선택과 생각
나의 선택 : 피그마 (하지만 보수적인)
결론적으로 나는 피그마를 선택했다. 이유는 내가 잘 다뤄서이다. 내 감각적인 요소를 뽐내고 싶다기 보다, 내가 평소에 피그마를 많이 다뤄서 손에 익었기 때문이다. Auto Layout과 Component 정도는 다룰 줄 알기에, 내용을 수정해도 레이아웃이 자동으로 반응하도록 세팅하는 게 나에게는 워드보다 쉬웠다. ▼

앞에서도 말했듯 감각적인 요소를 뽐내는게 목적이 아니었기에 디자인을 화려하게 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기본 색상인 보라색에 가까운 파란색 위주로 최대한 절제하고, 그리드 시스템을 맞춰 가독성을 높이는 용도로만 피그마의 기능을 활용했다. 디자인은 오히려 노션을 많이 따라했을 정도다. ▼

세간의 평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사실 툴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집중해야하는 부분은 툴에 기능이 많냐, 사람들 인식이 좋냐 그런게 아니라 내가 이 툴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가이다.
노션이든, 워드든, 피그마든 상관없다. 노션이 세간의 평이 좋지 않다고 하든 상관없다. 나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게 노션이라면 노션을 택하는 것이다. 워드가 올드해 보인다고 해도 상관 없다. 나를 그 회사에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게 워드라면 워드를 골라야한다. 피그마가 너무 개성 넘쳐 보인다고 해도 상관 없다. 내가 개성 넘치는 사람이고, 개성이 필요한 회사에 가고 싶다면 선택하는 것이다. 내가 우선이 되어야지, 툴에 나를 맞추려고 하면 안된다.
가독성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건 가독성이다. 읽는 사람이 편해야 한다. 나를 잘 보여주는 것의 한 부분이 가독성이다. 나라는 사람의 분위기가 이력서의 전체적인 외관에서 드러난다면, 이제 나라는 사람을 명확히 보여주는건 가독성이다. 그렇기에 더더욱 툴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 무조건 PDF로 제출하자: 툴이 뭐든 간에 결과물은 레이아웃이 깨지지 않는 PDF여야 한다. (링크 제출은 부가적인 옵션으로만 두자.)
- 익숙한 툴을 쓰자: 툴 배우느라 시간 쓰지 말고, 내 손에 가장 익숙한 툴로 내용을 다듬는 데 시간을 쏟자.
- 정 안 되면 템플릿: 원티드나 로켓펀치 등에서 제공하는 기본 웹 이력서 양식도 충분히 훌륭하다.
내가 만약 워드가 편했다면 워드를 썼을 것이고, 노션으로 PDF를 깔끔하게 뽑는 노하우가 있었다면 노션을 썼을 것이다. 도구는 도구일 뿐, 내용과 가독성에 집중하자.
마치며
이번 글은 어떤 툴들이 있는지 대략적으로 알아봤다. 사실 툴을 알아보는 것처럼 이야기하고 마지막에 다 필요없다는 듯이 말해서 무슨 의미인가 싶겠지만, 내 손에 여러가지 패가 있다는 것은 좋은 거라고 생각한다. 툴은 그런 가독성을 살려주는 것이니까.
이번에는 간단하게 알아봤고 다음 글부터 이력서에 어떤 내용을 담았고, 어떤 첨삭을 받았는지를 적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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