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요
티스토리로 블로그를 옮긴 지는 1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나는 블로그 활동을 2021년도부터 시작했다. 블로그 유목 생활이라는 글에도 적혀있지만 꽤나 많은 블로그들을 옮겨다녔다. 회사에 들어가고 나서부터 글 작성 빈도가 꽤나 많이 줄어들었는데, 글을 작성하지 않은 게 아니라 작성하지 않는 동안에는 자료를 만들고 글을 정돈하는 시간을 갖는다. 새롭게 알게 된 내용들은 처음 블로그에 글을 작성할 때 보다 더 고도화된 내용들이기도 하고, 보다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면서도 단순히 그 주제에 대한 정보만 전달하는 게 아니라 나 스스로가 그 주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작성하다 보니 시간이 꽤 걸리게 됐다. 최근 적고 있는 BLoC 패턴에 대하여라는 글이 있는데, 나의 생각이 정돈이 되지 않아 거의 한 달이 넘게 해당 글을 붙잡고 있는 중이다.
그러다 문득 질문 하나가 생각났다. 다소 지적에 가까운 질문이긴 했으나 내게는 이렇게 들렸다.
"블로그 작성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하나요?"
그 질문을 듣고 대답을 못하다가 그 질문을 해주신 멘토님의 방향성만 듣고 시간이 흐르다가 이제서야 그 대답을 적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무엇을 위해서 개발 글을 작성하는지를 말이다.
글을 적는 마음가짐의 변천사
본론이 필요하면 개발 글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적나요?로 이동해주세요.
현재의 마음가짐을 보기 전에 그전까지는 어떤 식으로 나의 마음가짐이 변해왔는 지를 쭉 적어보기로 했다. 나의 생각은 어떤 식으로 바뀌었고, 그 동기는 무엇이었는지, 그런 이유들이 중요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공부한 내용들
대부분의 사람들의 블로그 작성 이유로 '공부한 내용을 정리하기 위함'이라고 할 것이다. 블로그 작성이 공부에 도움이 되는 건 사실이다. 나 역시도 대학을 다닐 때 노트에 적는 것보다는 타이핑을 하는 게 더 효율적이고 암기에도 유리하다고 생각이 들어 블로그에 공부한 내용들을 적었다.
정보의 덩어리
처음에는 주로 알고리즘 문제 풀이 글들을 작성했다. 매일 한 문제를 풀고, 어떻게 풀었는 지를 적는 게 전부였다. 꾸준히 공부하는 습관을 만들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사용이 되었다. 좋아하는 것은 오랫동안 앉아서 하지만 그다지 내키지 않는 것들에 대해서는 오래 앉아있기 힘들어했기에, 오래 앉아있는 시간을 늘리기 위함이었다.
이 기간 동안 주로 적었던 내용들은 오늘 혹은 이번 주에 내가 학습한 정보였다. 공식문서를 번역하거나, 요약하는 등의 글을 적었다. 사실상 TIL과 WIL의 형태에 가까웠지만 나의 소감이 담기지 않은 그저 정보 덩어리에 불과했다. ▼
설명이 들어간 정보의 덩어리
그러다 알고리즘 개념들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할 때쯤, 이제는 단순히 정보를 적는 것이 아니라 설명하듯 적기 시작했다. 단순한 정보 덩어리를 볼 거면 위키피디아나 공식 문서를 보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이미 잘 정리되어 있는 글이 있는데 시간을 더 내어 정리를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내가 읽기 편한 글도 아닌 정보 덩어리였기 때문이었다.
내가 작성한 글인데 내가 읽기 불편하면 정말 적을 이유가 없었기에 내가 읽기 편하게 글을 작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그리고 많이 고민했다.
'어떻게 하면 내가 나중에 나의 글을 봤을 때 쉽게 이해할 수 있을까?'
그렇게 고민하다 '제대로 아는 것은 남에게 설명해 줄 수 있다는 것'이라는 말이 떠올라 다른 사람들에게 설명하는 듯한 글로 형태가 바뀌게 되었다. 그때 당시엔 대학교 2학년 밖에 안되었기에 내가 다른 사람보다 더 잘 알고, 뛰어나진 않았지만, 그럼에도 다른 누군가에게, 이걸 읽는 사람에게 설명하듯 글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
설명하듯 작성을 하니 나 스스로도 읽기 편해졌다. 일종의 흐름을 가지게 되니 글을 읽을 때 어느 부분에 집중해야 할 지도 쉽게 파악이 가능해졌다. 그리고 해당 시기에는 스터디도 많이 하고 있었기에 스터디 때 자료를 공유하기도 편했다. 스터디 활동과 개인 공부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었다.
약간의 시간이 흐른 뒤 : 완전한 설명 글
블로그 작성을 시작한 지 2년 정도 되었을 즈음 조회수 욕심이 나기 시작했다. 조회수 욕심은 났지만 단순한 어그로성 글을 작성하고 싶지는 않았다. 나의 블로그는 이슈를 다루는 블로그가 아니기도 하고, 일종의 정보를 공유하는 블로그인데 거짓 정보를 흘리거나 가십거리를 흘리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홍보를 적극적으로 하고 싶지도 않았다. 홍보를 하고 싶지 않았던 이유는 내가 직접 발 벗고 나서서 나의 블로그를 보라고 떠먹이면 조회수는 높아지지만 그게 내 블로그가 좋아서가 아니라 홍보를 열심히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공부를 위해 시작한 글이지만 조회수를 통해 인정을 받고 싶었던 나는 어떻게 하면 조회수를 올릴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그리고 고민 끝에 나온 결론은 아래와 같았다.
'조회수를 얻기 위해서는 더 퀄리티 있는 글을 작성하는 게 답이고, 독자가 읽기 쉬운 글을 작성하는 것이 무조건적으로 맞다.'
그런 결론이 나왔기에 이때부터는 글에 이미지도 직접 만들어 넣고 가독성에 신경 쓰기 시작했다. ▼
그리고 이런 형태로 2년가량 글들을 계속해서 작성을 했다.
블로그를 어떤 마음가짐으로 하나요?
멘토링과 함께 시작한 의문
완전한 설명 글의 형태를 유지하며 블로그를 2년가량 작성하던 중 한 멘토링을 받게 되었는데 그때 나의 블로그도 같이 보여줬다. 멘토님이 블로그를 보시고는 하시는 말씀은 왜 블로그를 하는 거냐는 질문이었다. 공격적인 질문은 아닌 순수한 의문이 담긴 질문이었다. 나는 그 질문에 시원한 대답을 남기지 못했다. 누구나 하는 그런 변명 같은 답변을 남기고 멘토링은 끝이 났다. 멘토링은 끝이 났지만 하나의 의문은 계속 남아있었다. 나는 블로그를 왜 하는 것일까? 어떤 마음 가짐으로 블로그를 하는 것일까?
기본적인 마음가짐 : 정보의 평등
블로그롤 맨 처음 작성할 때를 생각해 봤을 때 나의 블로그 작성 원동력은 공부도 스펙도 아니었다. 내가 글을 적기 시작한 이유는 답답함 때문이었다. 개발을 막 배우기 시작할 무렵엔 GPT가 없었고 오로지 블로그와 공식 문서에만 의존해야 했다. 그때 당시엔 개발자 붐이 일던 때긴 했으나, 정보를 찾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iOS 관련 게시물은 Zedd님의 글이 사실상 거의 전부였고, 약간 마이너해지는 순간 해외 포럼을 뒤져야 했기에 언어의 장벽으로 인해 속도가 늦어지게 됐다. (나의 검색 능력의 부족인지 실제로 글이 없던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언어의 문제는 사실 20초 걸려 읽는 것을 30-40초 걸려 읽는 수준의 문제였다. 아예 못 읽지는 않았으나 약간씩 시간이 더 소요됐다. 이런 상황에 엎친데 덮친 격으로 우리 학교는 선후배 간의 정보 공유의 장이 마땅치 않았기에 개발 관련 정보를 얻는게 쉽지 않았다. 모르는 것을 알기 위해서는 멘토님 혹은 교수님들을 찾아가야했는데 그런 과정들이 상당히 피로하게 느껴지고 답답하게 느껴졌다.
그러한 이유로 나와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거나, 내가 학습한 것들을 찾는 사람들이 그런 답답함을 덜 느꼈으면 했기에 내가 배운, 알아낸 모든 것들을 블로그에 적기 시작했다.
정보의 과다
그런 답답함을 느낀 이후로는 활동들도 많이 했다. 학회, GDSC, 부트캠프, 블로그 등등 정보 교류의 장에 많이 참석했다. 그러나 그 시점에서부터는 블로그 글들이 엄청나게 많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취업을 할 때 블로그가 도움이 된다는 말이 돌기도 했고, 1일 1커밋이라는 문화가 발달하면서 1일 1블로그를 실천하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의도는 좋았으나 동일한 정보가 블로그로 엄청나게 나오게 되었고, 몇몇 글들은 상당히 무성의하게 작성되기도 했다. 전달의 목적이 전혀 담기지 않은 글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물론 검색 알고리즘 특성상 도움이 되어 많이 본 글들이 상위에 올라오기에 퀄리티가 낮은 글들은 저 아래에 묻히게 된다. 하지만 그게 정보의 과다를 막아준다는 의미는 아니다. 정보는 쌓여있는데 그 쌓여있는 정보들 중에 의미 있는 것들만 집어주는 것이다. 문제는 그 글이 제대로 된 건지 알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겉보기엔 멀쩡한데 틀린 정보가 포함되어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틀린 정보는 스스로가 알아서 잘 걸러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검색 알고리즘들을 탓할 수만은 없다. 다만 이미 잘 되어있는 것들이 많은데 거기에 힘을 더 쓸 필요가 있을까 하는 것이다. 개선이 되면 좋지만, 아주 약간의 개선을 위해 모두가 거기에 달려들 필요가 있냐는 생각이 들었다. 개발 정보 글들이 그런 느낌이다. 이미 잘 작성된 글들이 너무나도 많은데 나를 포함한 모두가 정보글만을 작성하고 있다. 이것은 전체적으로 봤을 때 낭비가 아닌가?
나만의 정보
그런 생각이 든 이후로는 나만의 글을 적기로 결심했다. 단순 정보의 나열은 이미 너무나도 잘 되어있다. 요즘에는 문서 작성의 필요성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퍼져있어 불과 몇년전과는 문서의 퀄리티가 남다르다. 또한 GPT가 이런 것들을 도와주기 때문에 더더욱 단순 정보의 나열 글들을 적는것은 스스로의 공부 목적이 아닌 이상 그 행위 자체가 가지는 의미의 총량이 작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기에 나는 내가 겪은 문제들을 어떤 방식으로 해결했는지에 대한 글들을 작성하기로 했다. 이것 역시도 단순 정보의 나열에 가까울 수 있지만 문제 해결의 접근 방식과 그것에 대한 나의 견해를 적는 것은 단순 정보와는 그 의미가 더 크다고 생각했다. 또한 나라는 사람에서 나온 정보이기에 다른 글들과의 차별점도 가지게 된다.
나는 별 거 아닌 사람이긴 하지만 나와 밀접한 도메인들을 통해 설명을 한다는 시점에서 글의 양식이나 이해하는 방식이 달라지게 된다. 나는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 그렇기에 설명을 할 때 그림이라는 도메인을 통해 설명을 할 수 있다. 다른 도메인들을 곁들여 설명을 할 수 있기에 나와 비슷한 도메인을 가지는 사람들은 보다 쉽게 이해를 할 수 있게 된다. 사람마다 이해도가 달라진다는 것이 안좋게 보일 수 있지만 강점 강화의 측면에서 좋다고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결론적으로 나의 마음가짐은 모두가 쉽게 정보를 얻되, 나만의 도메인들을 섞은 글들을 적고자 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이 방식을 통해 개발 커뮤니티가 조금 더 다채롭고 변화에 친화적인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말을 하기엔 나라는 사람은 조금은 보잘것 없긴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마무리
이번 글을 작성하는데는 상당히 많은 시간이 들었다. 다른 글들을 병렬적으로 여러 개를 작성한 탓도 있겠지만, 이 마음가짐이란 것을 생각하는게 쉽지가 않았다. 나는 그동안에 개발 글들을 왜 작성했는지부터 거슬러 올라가서 그 이유들을 찾고자 했다. 그러다가 기억 저편에 가라앉아있던 이유인 답답함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 뒤로부터 내 생각들을 정리하며 글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최종적인 글을 조금은 두서가 없는 형태지만 나의 생각은 그대로 담겨져 있다. 조금 더 다듬지 못한게 아쉽긴 하지만 어쨌거나 나의 목적은 달성했기에 더 이상 시간을 끌지 않고 올리게 되었다.
뭐든간에 의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단순한 블로그 글이라고 해도 거기에 포함되어있는 작은 의도마저도 소중하다. 개발 역시도 그렇다. 짧은 코드 한줄일지라도 그렇게 작성한 그 의도가 중요하다. 그리고 그 의도는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모든 것에 있어 마음가짐은 중요한 부분이고 그것부터 설정하고 들어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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