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요즘 회사에 다니면서 사이드프로젝트를 꽤 많이 굴리고 있다. 1D1S, Rutsubo, Laiteu는 이미 출시해서 운영 중이고, HIARC-Platform은 예전에 했던 프로젝트를 전면 리팩터링하고 있다. 여기에 아직 출시하지 않은 앱도 2개 정도 있다.
이렇게 적어놓고 보니 나도 좀 이상하긴 하다.
"아니 회사도 다니면서 이걸 왜 이렇게까지 하지?"
...라고 물으면, 사실 거창한 이유는 없다. 그냥 프로덕트 만드는 게 재밌다. 현재 신분상 겸업을 할 수 없어서 수익을 내고 있는 것도 아니고, 당장 큰돈이 되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계속 만들게 된다.
자기만족도 있고, 언젠가는 수익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다. 하지만 제일 큰 이유는 내 머릿속에 있던 것이 실제로 굴러가는 서비스가 되는 순간이 너무 재밌기 때문이다. 물론 이렇게 말하면 너무 낭만적으로 들릴 수도 있다. 실제로는 버그도 많고, 운영도 귀찮고, 퇴근 후에 다시 노트북을 여는 게 마냥 즐거운 일만은 아니다.
그래도 이상하게 계속 하게 된다. 초등학생 시절 공책에 맵을 그리고, 규칙을 만들고, 친구들이랑 노트 게임을 하던 감각과 비슷하다. 그때도 엄청난 목적이 있어서 한 게 아니라, 그냥 내 머릿속 세계가 종이 위에서 돌아가는 게 재밌었다. 지금 사이드프로젝트도 그 감각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개인이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시대
AI 시대가 오면서 개발자 일자리에 위협이 온다는 이야기가 많다. 당연히 가볍게 볼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동시에 오래 바라왔던 환경이 드디어 왔다는 생각도 든다. 개인이 서비스를 손쉽게 만들 수 있는 환경.
예전에도 혼자 서비스를 만들 수는 있었다. 문제는 "할 수 있다"와 "끝까지 할 수 있다" 사이의 간극이 너무 컸다는 것이다. 기획하고, 디자인하고, 개발하고, 배포하고, 운영까지 해야 한다. 회사 다니면서 퇴근 후에 이걸 다 하려면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래서 예전에는 아이디어가 있으면 사람을 모으려고 했다.
"이런 서비스 아이디어가 있는데 같이 할 사람?"
그런데 이게 생각보다 잘 안 된다. 개발 실력도 봐야 하고, 책임감도 봐야 하고, 일정도 맞춰야 하고, 감정 문제도 생긴다. 분명 개발을 하려고 모였는데, 정작 개발과 상관없는 문제로 프로젝트가 터지는 경우가 많았다. 아이디어는 우유 같은데, 사람과 일정과 감정이 섞이면 너무 쉽게 상한다.
AI를 쓰기 시작하면서 이 부분이 많이 줄었다. 적어도 나의 의지만 있으면 프로젝트는 계속 진행된다. 누군가의 일정에 맞춰 기다릴 필요도 없고, 기획 의도를 매번 설득할 필요도 없다. 물론 AI가 완벽하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개인이 끝까지 밀고 가기 위한 마찰을 확실히 줄여준다.
그렇다고 사람과 함께하는 프로젝트가 무조건 별로라는 뜻은 아니다. 좋은 팀을 만나면 혼자서는 절대 못 가는 곳까지 갈 수 있다. 다만 사이드프로젝트처럼 동기와 시간이 불안정한 환경에서는, 시작부터 사람을 모으는 게 생각보다 큰 리스크가 될 때가 많았다.
출시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1D1S는 내 성향을 거의 그대로 반영한 서비스다. 나는 뭔가를 꾸준히 이어나가는 것을 좋아한다. 1D1S도 그런 성향에서 나왔다.
이 서비스는 거의 3년을 붙잡고 있었다. 물론 앞의 2년은 만들어진 게 거의 없었다. 아이디어만 있고, 조금 만들다가 엎고, 다시 생각하고, 또 미루는 식이었다. 그러다가 마지막 1년 동안 AI의 도움을 받아서 몰아치듯 개발했다. AI가 없었다면 이 서비스는 아마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서비스가 잘 되냐 안 되냐는 일단 그다음 문제다. 적어도 이 프로젝트에서는 출시했다는 것 자체가 중요했다. 머릿속에서만 굴러가던 숙원사업 같은 아이디어가 실제로 세상에 나왔다는 것. 그거 하나만으로도 꽤나 의미가 있었다. 사이드프로젝트를 오래 하다 보면 느끼는 게 있다. 생각보다 많은 프로젝트가 기술적인 문제로 망하지 않는다. 그냥 끝까지 못 만들어서 망한다. 출시를 못 해서 망한다.
완성도가 낮아도 일단 세상에 나온 것과, 로컬 환경이나 Figma에만 남아 있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AI는 이 간극을 줄여준다. 적어도 나한테는 그랬다. 이게 정말 중요하다. 머릿속에만 있는 서비스는 아무리 완벽해도 아무도 쓸 수 없다. 반대로 부족한 서비스라도 출시되어 있으면 누군가는 써볼 수 있고, 나는 그 반응을 보고 다시 고칠 수 있다. 사이드프로젝트에서는 이 차이가 생각보다 크다.
만들기 쉬워지면 운영이 어려워진다
그런데 출시가 쉬워지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 운영해야 할 게 많아진다.
사이드프로젝트가 하나일 때는 괜찮다. 버그 리포트가 와도 보고, 문의가 와도 답하고, 배포하고, 다시 확인하면 된다. 그런데 서비스가 여러 개가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작은 문의 하나도 여러 서비스에서 동시에 오면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빠진다.
"아 이거 그냥 금방 고치면 되겠는데?"
...라고 생각하고 열어보면, 재현하고 로그 보고 원인 찾고 배포하고 확인하는 데 시간이 훅 간다. 사이드프로젝트가 많아지면 만드는 시간보다 유저 문제 대응에 시간을 더 쓰는 날도 생긴다. 그래서 플로우 구축이 정말 중요하다고 느낀다. 이슈 수집, 재현 절차, 로그 확인, 우선순위 분류, 배포 후 검증까지 어느 정도 반복 가능한 흐름이 있어야 한다. 안 그러면 모든 문제가 그때그때 수작업이 된다.
다만 아직 완전 자동화까지는 조심스럽다. Human In The Loop가 필요하다. AI가 문제를 분류하고 해결안을 제시할 수는 있지만, 실제 유저에게 영향을 주는 판단은 사람이 한 번 더 보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사이드프로젝트는 운영 리소스가 적다. 그래서 자동화가 필요하다. 그런데 리소스가 적기 때문에 작은 실수 하나가 더 크게 느껴지기도 한다. 결국 지금 필요한 건 무작정 자동화가 아니라, 사람이 봐야 할 지점을 잘 남겨둔 플로우다.
만드는 재미는 확실히 커졌다
AI를 쓰면서 개발의 재미가 줄었다는 말도 맞고, 커졌다는 말도 맞다. 직접 코드를 한 줄씩 쌓아가는 재미는 줄었다. 예전처럼 하나하나 만들면서 "오 이거 내가 만들었다" 하는 감각은 약해졌다. 대신 내 상상이 빠르게 구체화되는 재미는 훨씬 커졌다.
예전에는 아이디어가 떠올라도 구현까지 가는 길이 너무 멀었다. 디자인 잡고, 컴포넌트 만들고, API 붙이고, 예외 처리하고, 배포 환경 잡다 보면 처음의 열기가 식었다. 지금은 다르다. 아이디어가 생기면 일단 프로토타입까지 가는 속도가 빠르다. 괜찮다고 판단되면 실제 서비스까지 밀고 갈 수도 있다.
초등학생 때 노트 게임을 만들던 것처럼, 머릿속에 있던 규칙과 화면과 흐름이 눈앞에서 움직이기 시작한다. 다만 그때는 공책 위에서만 돌아갔고, 지금은 실제 유저가 접속할 수 있는 서비스로 돌아간다는 차이가 있다. 이 변화는 개인 개발자에게 꽤 크다. 특히 나처럼 혼자 꾸준히 만드는 걸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더 크다. AI는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않지만, 프로젝트가 멈추지 않게 해준다. 그리고 사이드프로젝트에서 제일 중요한 건 결국 멈추지 않는 것이다.
마치며
나는 당분간 계속 만들 것 같다. 지금 당장 수익이 없더라도, 언젠가 다른 기회로 이어질 수도 있고, 아니어도 만드는 과정 자체가 충분히 재밌다. AI 시대에 개인 개발자가 얻은 가장 큰 무기는 "혼자서도 끝까지 갈 수 있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게 개발자에게 위협이 되는 기술이라는 점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의 나에게 AI는 오래 묵혀둔 아이디어를 세상 밖으로 꺼내게 해준 도구에 가깝다. 그리고 그 도구 덕분에, 나는 예전보다 훨씬 많이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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